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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과 합리 사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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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지 15년째네요. 이제 사십입니다.
가업을 이어 받는 통에 여기 시골로 시집을 오니 자연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됐고...착한 며느리 잼있는 엄마 이쁜마누라지요*^^*
근데요 둘째며느리!!!그야말로 아무 권한도 없는 둘째며느리로
맏며느리가 할일은 다 하고 살았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그야말로 조선의 어머니!! 그 자체거던요
자식들 오면 뭐 하나라도 해 주지 못해서
온갖거 다싸 주시고 ..주시는걸로 만족해 하시고.
첨에 그런 어머님이 존경스럽고
다녀 가는 시집식구들한테 뭔가 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어머니한테 왔다 가는 그 사람들 생각을 하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고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저도 별수 없는 인간인지라.
아이들 크고, 계속 여기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갈등이 심해집니다.
일년에 여덟번 제사에 명절 두번
밀물처럼 밀려 왓다 떠나는 식구들을 보면서
"어쩌면 다들 자기들 생각만 하는지..."
우리 형님은 추석과 아버님 제사 사이에 어머님 생신이 있는데,
일주일간격이니 게속 여기서 할 수가 없어요
아버님 돌아가신지가 십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일년에 한번 어머님 생신을 맡아서 안 할려고 합니다.
음식을 서로 조금씩 해서 콘도에서 모이자고 했다가...
제가 일년 동안 그렇게 애를 써면
한번은 ..동서 어머님 생신때는 서울서 모이자든가.
아님 어머님 서울로 오시라던가..
매년 시원하게 흔케히 하질 않으니..
몇번은 제가 여기서 차리기도 했죠.
어머님 생각해서 참고 참고 그래 나 하곤 상관 없는 사람
같은 집안에 시집을 와도 팔자야 다 틀리지 않은가..
때 되면 다 형님 일인데..나야 젊을때 이러고 나면 내일 은 아니지.
올 봄엔 어머님도 많이 편찮으셨고
형님네는 집을 사서 이사도 하셨고.
놀러오라는 말도 없고..여름에 서울 갔다가
형님 하시는 말씀이..여름이고 잠 자리 불편할텐ㅔ 오랄면 오라는 투의 말을 듣고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몰라서 안 했던건 아니죠 합리라는거.
형님이 제사를 가져 가시면 윗대 제사는 없어지니까 일년에 세번이면
되고 어머님 서울 가시면 되고.
형님도 사십대 후반이시고 애들 다 대학 들어 갔으니
이제 권리만 아니고 의무도 같이 하시라고 말 을 할까 합니다.
우리 어머님은 제사 모시고 자식 섬기는 걸 종교처럼 하시는 분이고
자식들이 너무 효자들이라 모두들 부러워 하는 집안이죠
매일 큰아들 막내 아들 문안전화 빼 놓지 않고 드리는 집이고.
어머님은 자식들 편하라고 며느리들 한테도 지극으로 하시지요.
그 맘을 옆에서 살면서 아는 저는 감히,
나 힘드니까 나가겠다는니...할 말을 좀 해야겠다는니.
못 그러겠더라구요.
이젠 생각이 좀 바뀝니다.
부모님 사업 물려 받은 죄로 집안 경조사며 제사비용까지
그간 그 뒷바라지 다 해 왔지만 남는건 ..허탙감 뿐입니다.
윗동서 아랫동서 작은 선물 하나 디미는 적도 없고,..그게 정이잖아요
어머님한테는 잘 하는것 같던데.
남편도 미워집니다.때되면 날 도시로 보내주려니 했는데.
그 동안 집안 살림 규모가 커서 자기도 벅찼다는겁니다.
우리도 노후 대책도 해야 하고 애들 공부도 시켜야하고
도대체 그간 뭘하고 살았나싶더라구요.
남들 보기엔 정말 걱정 없는 집안 우리 어머님은 부러울것 없는 분으로 보이지만.
아무래도 제가 잘 못 산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지금이라도 부딪힐건 부딪혀 봐야 겠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전의를 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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